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鲜红的罪恶.png

人物

洛巴赫.png洛巴赫巴恩.png巴恩

正文

第一章

帝国协商团进入暗黑城的消息很快就传开了。 或许是为了不引起戒备, 协商团的护卫人员并不多, 但是有一个消息引起了注意 : 护卫队的的队长是剑魂巴恩。

虽然暗精灵们一向讨厌帝国, 但这次也抑制不住好奇心, 队伍不管走到哪里都有很多人围观。

洛巴赫:(巴恩·巴休特……)

巴恩骑在马上, 和故作姿态挥手致意的帝国贵族隔开一定距离, 他看起来的确很有骑士的派头——年轻、 自信, 行为举止得体。

人们从他身上感觉了到非凡的气度, 甚至觉得协商团的代表连他的佩剑都比不上。

人群中的洛巴赫不自觉地抚摸着自己的鬼手, 那只缠绕着沉重的封印铁链、 扭曲丑陋的黑色手臂。 虽然她从不曾因为拥有鬼手而沮丧, 但想到死在这鬼手之下的人, 她感到十分惭愧。

洛巴赫曾经是那群趾高气昂的帝国骑士的同伴。 在阿拉德的很多国家, 拥有鬼手的人常常会遭到排挤, 但在重视武力强大的帝国, 鬼手并不是一个多么大的缺点, 甚至有人反而很羡慕能发挥超常力量的鬼手。

在这样的环境中, 洛巴赫的成长之路走得相对比较顺利。 虽然她因为不是贵族出身而必须克服很多难关, 但凭借天生的才能和韧性, 她比别人更轻松地取得了不俗的成果。

然而, 没过多久, 有一天她的心中突然冒出一个疑问 : 为什么帝国所有的人都这么执着于强大? 为什么比起救助弱者, 他们更重视炫耀自己的力量?

随着时间流逝, 她心中的疑问逐渐扩大。 洛巴赫向几个值得信赖的同伴吐露了自己的烦恼, 然而得到的回答并不能令她满意。

“首先, 必须自己变强才能保护更多人, 不是吗?” 这大概是听起来最合理的回答了。

有一天, 骑士团团长把洛巴赫和其他团员召集起来, 对他们这样说道。

“阿拉德已经没救了。 秩序已经瓦解, 法律失去了约束力。 堕落的人们仅为了满足自己的贪念而行动, 怪物们利用这场混乱危害人类。 所以, 我们要用严正的法律和严格的标准将这个世界从地狱中拯救出来!”

这番话振聋发聩, 一下子就让洛巴赫因为那个小小的疑问而动摇的心坚定下来了。 我们是对的, 我们是正确的。 我们才是救世主。 我们是为了更美好的世界而战斗的战士!

因为肩负如此重大的使命, 她一点也不觉得骑士团的生活艰苦, 训练虽然辛苦繁重, 但她感到十分充实。 犯错的时候会被宽容, 受伤的时候有人安慰。

虽然严格而正直的团长在私下里和他们并不亲密, 但他就像一个慈祥的父亲。

对于从小就失去父母的洛巴赫而言, 团长就是她最亲近的家人, 她也是第一次从别人身上感受到牵绊。 即使是有生命危险的任务, 只要是为了他们, 她必定想尽办法完成。

帝国的作风多少有些死板僵化, 而守护帝国的骑士团的氛围是却是如此自由、 和睦, 听起来似乎很讽刺。 然而, 最近洛巴赫开始觉得这正是皇帝的目的。

骑士团是为了帝国, 不, 准确地说是为了皇帝所代表的皇室而战的精锐部队。 羁绊越强, 就越不能容忍异端分子。 洛巴赫对帝国的方针产生怀疑的事情暴露, 曾经被团长找去谈过话。

当时她还是个新人, 很怕被团长教训, 然而一直用严厉的眼神看着他的团长看到她害怕的样子, 却突然笑了起来。 这比一百句训斥都更有效果。

骑士团团长:骑士团、 帝国, 都不是你想象的那么完美的组织。 皇帝陛下也是如此。 毕竟他不是神, 不是万能的, 也会有犯错的时候。 我们所有人不都是这样吗?

我个人并不认为我们帝国追求强大是一个错误。 领土广阔, 意味着要保护的东西也很多。 虽然身居高位的人稍微有些极端的思想倾向。 但不管怎样, 本质都是一样的。

因为要保护的东西太多, 有时候也会发生保护不过来的情况, 就像你所说的, 有时候没能救助弱者。 这是我们骑士的耻辱。

所以, 我们每天都在训练, 积累经验, 就是为了能多救一个弱者。 在这个过程中, 有时候也会出现忘记了初衷, 自以为了不起的笨蛋……不过, 哪里没有一两个笨蛋呢? 遇到这种人, 你只要狠狠教训他们就行了。

从那天以后, 新晋骑士洛巴赫更加努力地练习剑术。 为了遵照皇帝的旨意拯救更多的人, 为了让阿拉德的救世主——帝国能拯救更多的阿拉德人。

第二章

随着日复一日的安稳生活, 起初怀有的疑问就像叛逆期的伤疤那样逐渐被遗忘了。

虽然洛巴赫是个很有道德感, 以至于会产生那种“无聊”疑问的人, 但她绝不讨厌战斗。 实际上, 她比任何人都更好战、 更无所畏惧, 战斗时总是冲在最前方。

在她锻炼得十分结实的肌肉所爆发的怪力面前, 曾因为她是女人而嘲笑过她的同伴也会吓得腿脚发软。

尽管如此, 她也从不骄傲自满, 一直坚持修炼。 她的勤奋和正义感称得上是骑士道的典范。 大家都很看好她 : 只要再积累一些经验, 她一定能成为帝国最强的骑士。

有一天, 团长把洛巴赫叫了过去。 团长说皇帝在各地召集年轻的骑士, 想要组建新的骑士团。 团长很开心地为她写了推荐信, 洛巴赫当天就向黄金都市帷塔伦出发了。

到达首都帷塔伦的洛巴赫顺利通过了骑士团的考试。 这支骑士团由帝国各地数一数二的人才组成, 每天都在进行考验体力和精神力极限的残酷训练。

然而, 没有任何人抱怨。 这支骑士团的荣誉团长不是别人, 正是帝国的主人——皇帝。 年轻的骑士们气势冲天, 干劲十足。

洛巴赫对即将首次执行任务的那天记得很清楚。 那一次, 她终于有机会向皇帝展现实力, 不可能不激动兴奋。 对骑士而言, 在主君面前争取荣誉是最重要的头等大事。

那天晚上, 她就像个小孩子一样兴奋得睡不着, 窗外一闪一闪的星光似乎也在为她加油。

然而, 她察觉到自己有哪里不对劲, 必须醒悟过来。 必须意识到认为骑士最大的荣耀是“在主君面前积极表现”的自己错了。

她怎么能忘记要为了救助弱者而执剑的誓言呢? 那微不足道的荣誉是有多么大的魔力, 她怎么能被功利心蒙蔽了双眼, 成为皇帝的傀儡, 一而再再而三地杀害了那么多人?

骑士团接到的任务很简单。 “为了帝国更美好的未来, 拿起手中的剑吧。” 骑士团是强大的武装集团。 他们要做的事情并不需要询问名义上的副团长。

消灭外来侵略者, 夺走他们的土地。 因为帝国人生活的土地总是不足够。 至于那些人是不是真的侵略者, 他们就不得而知了。

处决对皇帝心怀不满的反叛者, 诛杀他们三族。 因为反叛者扰乱了帝国的秩序。 至于那些人是不是真的叛逆, 他们就不得而知了。 唯一重要的, 只有“除掉那些人”这个事实。

他们根本没有空闲去想自己是不是真的做错了。 对皇帝的非难无异于对每个骑士团成员的侮辱, 所以每次挥剑的时候, 他们甚至把个人的愤怒也夹杂其中。

来到遥远异乡的贵族代表皇帝的致辞每次都是一样的。 “你们是一心为帝国的真正的骑士。” 这真是最强力的催眠剂。

当然, 他们也并非不知道这个过程中有不合理之处。 但是, 为了推动巨大的车轮滚滚向前, 就必须扫清路上的绊脚石。 冤屈和悲伤, 只是清除绊脚石的时候产生的小小疤痕。 所有人都这么认为。

结束了漫长的远程后回来的时候, 洛巴赫成了孤身一人。 因为埋藏在她心底的疑问并没有被“高尚”的爱国心彻底磨灭。

她并非想说每个生命都很珍贵、 连敌人也要拯救这种冠冕堂皇的话, 但是她无法接受自己做过的那些事。 洛巴赫决定退出骑士团。

副团长一脸冷漠的问了她几个问题, 最后问她有没有地方可去。 她回答说没有, 于是副团长说可以替她写推荐信, 让她去离帝国很远的地方协助、 保护研究者。

洛巴赫想要以骑士的身份改变帝国的, 她犹豫了一会儿, 便拜托副团长替她写推荐信。 因为, 在行动之前, 她需要一些时间在别的地方整理心情、 思考将来的计划。

这个决定, 改变了洛巴赫的人生。

第三章

洛巴赫所去的地方, 是被森林包围的广阔试验场。 那里各种辉煌灿烂的设备令一辈子只与剑为伍的洛巴赫惊讶不已。

年纪和洛巴赫差不多的研究员说这里研究的是阿拉德最高新的技术, 强调防止技术泄露非常重要。

她负责试验场的警卫工作, 跟战斗比起来, 保护研究员的安全简单得多, 根本谈不上是工作。 洛巴赫甚至有一种来度假的感觉, 她开始专心思考自己今后该怎样活下去。

就这样度过了短暂的和平时光。 现在她依然很后悔, 当时的她太专注于反省和抒发满腔热情, 没有好好打探那里究竟是什么地方。

试验场隐藏在人迹罕至的森林里, 单纯是因为“保护技术”, 自己怎么就那么单纯地相信了这种话呢?

不知道从什么时候起, 试验场的氛围变了。 研究员们被禁止外出, 洛巴赫所属的警卫队也是一样。 虽然他们不能出去, 但有人从外面进来。

巨大的木箱子每天被搬进来好几次。 有时候还能听到哭声, 据说是用来做实验的动物的声音。

某天晚上, 洛巴赫不知道为什么一直睡不着, 于是就到外面散散步。 忽然, 她发觉试验场里面的气氛有些奇怪, 于是蹑手蹑脚地走了过去。

虽然她没有进入管制区域内的权限, 但她担心可能会出什么事故,便径直走了进去。 然后, 她就到了一个非常奇异的地方。

那里有一个巨大的机器, 跟以前在远处见过的实验装备的感觉完全不同。 那个像是圆形的环纠缠在一起的机器发出嗡嗡的噪音, 似乎马上就要爆炸了。

周围站着的研究员们明显一脸紧张。 但是, 他们的紧张不是害怕有什么差错, 而是对即将发生的事情充满期待。

洛巴赫不自觉地躲到了箱子后面。

嘈杂运转的机器中央一直在闪闪发光, 突然从中迸发出强烈的光芒, 甚至给人一种太阳从中升起的错觉。 不仅如此, 光芒中还刮起一阵强风, 洛巴赫根本没办法把头探出箱子。

究竟发生了什么事? 洛巴赫莫名其妙地环顾周围, 突然, 她发现了之前一直被黑暗掩盖的东西, 她愣住了。

那是些小孩子, 也有大人。 他们被束缚着, 嘴被堵住, 脸色苍白瑟瑟发抖。 他们的手臂都是红色的。 洛巴赫突然有一种窒息的感觉。

难道……她转过头去。 她现在明白了, 研究者们注视的不是发光的机器, 而是机器下面跪坐着的一个男人。

和其他拥有鬼手的患者一样, 他也被用鬼手也扯不断的坚固锁链绑着。 也许是被压制时留下的痕迹, 他浑身都是伤口。

他的嘴被堵住了, 听不到他在说什么。 但是, 从他充满愤怒和憎恨的眼神中, 洛巴赫似乎清楚地听到了他的声音。

洛巴赫突然站了起来。 她想去阻止, 但机器中发出的光变得更强了, 周围全被不祥的光吞噬了。

过了好一会儿, 她才勉强睁开眼睛, 然而眼前出现了令她难以置信的情景。 机器前面的那个男人消失了, 取而代之的是一个缠着锁链的怪物。

它的样子非常怪异, 干枯的鱼头下面连接着树根, 它那可怕的模样已经很难称之为生物了。 这让洛巴赫想起了马戏团大变活人之类的把戏, 但这怎么可能呢。

洛巴赫的大脑不愿意接受这个事实, 她只是睁大了眼睛, 愣愣地看着怪物。 她的心脏剧烈跳动着。

就在这时, 有人抓住了洛巴赫的手腕。 洛巴赫吓得迅速回过头, 原来是一个女研究员一脸焦急地用嘴型对她说‘跟我来’。

她看起来没有敌意, 洛巴赫惊慌之下被那个女人拉着奔跑起来。 身后隐约传来感叹、 叹息和压抑的悲鸣声, 然而, 除了抓住刺痛自己的鬼手之外, 她什么也做不了。

研究员把洛巴赫带到外面, 警告她再也不要靠近这里, 然后转身又进入了试验场。 洛巴赫只能点头答应。

洛巴赫筋疲力竭地回到房间, 她的信心瞬间崩塌了。 要改变帝国的想法, 只是初出茅庐的小丫头不切实际的想法。

光是想起怪物的样子, 她所坚持的道德论就像泡沫一样消失得无影无踪。 这里究竟在发生什么? 我该怎么做?

那天晚上以后, 周围的一切都变了。 在洛巴赫眼中, 研究员们笑容洋溢的脸, 和怪物的脸重叠了。

在没有人可以信赖的异地他乡, 她不知道自己一个人该做些什么。 就在她苦恼、 犹豫、 虚度时间的时候, 她接到了一个命令 : 抓捕偷走机密资料的盗贼。

无精打采地参与搜索的洛巴赫发现了他们, 但却在他们面前驻足了。 他们衣着破旧、 身材瘦削, 而且全部拥有鬼手。

这群鬼剑士们像被恶鬼附身了一样朝警卫队扑过去, 洛巴赫在措不及防的战斗中不得已杀死了几个人。 因为如果不杀死他们, 死的就是自己。

她回过神之后才发现, 和自己同行的搜查组成员全部被杀害, 倒下的鬼剑士用邪恶的眼神盯着自己。 默默与他们对视的洛巴赫发觉自己不知不觉走到了抉择的十字路口。

命令绝不可违抗, 如果放走他们, 自己也会被帝国驱逐。 而且, 她也有鬼手, 说不定会被当成实验对象, 强制带到那个机器前面。

洛巴赫与他们为敌的原因只有一个 : 因为她是帝国的骑士。

洛巴赫慢慢走向他们。 那怪物可怕的样子总是隐隐绰绰地出现在她眼前。 她不怕死。 但是, 自己可能会变成那种怪物的威胁, 是不同于死亡的另一种恐怖。

最终, 洛巴赫还是跟随自己的心行动了。 她告诉了鬼剑士们逃出森林的路, 并且打倒了后面追过来的其他搜查队员。 虽然她没有杀死他们, 但她的行为足以被烙上背叛者的烙印。

那天, 洛巴赫失去了帝国骑士的资格。 逃亡的洛巴赫为了躲避追击者, 只带着一把剑, 在阿拉德四处辗转漂泊。 虽然时时刻刻都生活在紧张之中, 但她从不后悔当时放走了那些鬼剑士。

她来到暗黑城, 已经是通缉令被撤销之后的事情了。 比尔马克的研究员们进行非人道实验的事情败露, 皇帝震怒, 下令加以严惩。 这个消息尽管被极力遮掩, 但还是传开了。 真相已经被埋藏在了时间的尘埃里。

洛巴赫抛开脑海中的思绪, 再次望向已走远的巴恩·巴休特的背影。 她听说过作为皇帝的佩剑, 四处伸张正义的剑圣巴恩的故事。

那个男人对帝国究竟了解多少呢? 巴恩也被帝国利用了吗? 然而, 如今的她不可能光明磊落地前去直接给予他忠告。 她只能期望他真的像人们说的那样是个大英雄, 终有一天会改变帝国。

洛巴赫转身走出人群。 她想对死在自己手下的人和间接因自己而死的人谢罪, 并为他们祈福。 不知为什么, 她肩上背负的罪恶感今天格外的沉重, 刺痛了她尘封已久的伤疤。

韩文

1장

제국 협상단이 언더풋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경계당하지 않기 위함인지 호위하는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그 대장이 웨펀마스터 반이라는 소식이 주목거리였다. 제국을 싫어하는 흑요정들도 호기심을 참을 수는 없었던지 행렬이 지나가는 대로에 잔뜩 몰려나왔다. 

나이트 로바토 : (반 발슈테트...)

잘난 척 손을 흔들고 있는 제국 귀족과 약간 거리를 둔 채 말을 몰고 있는 반의 얼굴은 그야말로 기사다웠다. 젊고, 자신만만하며, 절제된 행동거지 허리에 매달린 검이 부끄러울 지경인 협상단 대표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품격이 느껴졌다. 로바토는 자기도 모르게 귀수를 어루만졌다. 무거운 구속구가 매달린 검게 비틀린 팔. 귀수를 가진 것에 좌절한 적은 없으나 이 귀수에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한때 로바토는 저 의기양양한 제국 기사들의 동료였다. 강함을 중시하는 제국에서 귀수를 가졌다는 사실은 아라드의 다른 나라만큼 큰 흥이 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힘을 내는 귀수를 부러워하는 자가 있었을 정도다. 그런 환경 속에서 로바토는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으며 성장하였다. 귀족 출신이 아니기에 거쳐야 할 관문이 많았으나, 타고난 재능과 끈기로 남보다 쉽게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언제가 떠오른 의문이 가슴에 박히기까지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았다.왜 제국은 이다지도 강함에 집착하는가? 왜 약한 이를 구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강함을 뽐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의문은 시간이 지날 수록 커져갔다. 로바토는 믿을 만한 동료 몇몇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우선 내가 먼저 강해져야지 더 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그나마 가장 그럴 듯한 대답이었다.

언젠가 기사단장은 로바토와 다른 단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었다.

"이 아라드는 썩었다. 질서가 무너졌고 법이 해이해졌다. 타락한 사람들은 탐욕을 위해 움직일 뿐이고, 몬스터는 이 혼란을 이용해 사람을 해친다. 그러니 우리가 곧은 법과 엄격한 잣대로 이 세상을 나락에서 건져올려야 한다!"

그 말은 작은 의문에서 시작된 흔들림을 단번에 멈춰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우리는 옳다. 아니, 우리가 옳다. 우리야말로 구원자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전사들이다! 이런 엄청난 사명을 받든 기사단 생활이 가혹했느냐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훈련은 고되었지만 충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수에는 관용이 베풀어졌고, 아픔에는 응원이 따랐다. 엄격하고 도덕적인 단장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서투르지만 자상한 아버지 같았다. 단단하게 엮인 가족 같았다. 부모를 일찍 여읜 로바토로서는 처음 느껴보는 연대감이었다. 목숨을 건 임무도 이들을 위해서라면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다소 경직된 기풍을 지닌 제국을 수호하는 기사단이 자유스럽고 화목한 분위기인 것은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요즘 로바토는 그것이 황제가 노린 바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국, 정확히는 황제로 대표되는 황실을 위해 싸우는 정예군. 유대가 단단할수록 이단을 용서치 않는다. 로바토 역시 제국의 방향에 의문을 가진 것이 들통나 단장에게 불려간 적이 있었다. 크게 혼날 것이라며 겁먹은 신입 기사를 엄한 눈초리로 쳐다보던 단장은 갑자기 싱긋 웃었다. 백마디 호통보다 효과적이었다.

"기사단도, 제국도,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완벽한 조직이 아니다. 황제 폐하도 그렇지. 신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잘못 생각할 때도 있고, 그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이지 않느냐?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제국이 강함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토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거지. 높은 분들은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말이지. 어쨌든 본질은 같다고 본다. 지켜야할 것이 너무 많기 떄문에 때로는 지키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지. 네 말대로 약한 자를 구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그건 우리 기사에게 있어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훈련을 하고, 경험을 쌓는다. 약한 자를 하나라도 더 구하기 위해. 그런 와중에 가끔 본질을 잊고 잘난 체하는 바보도 있지만... 어딜가나 바보는 한둘 있지 않느냐? 네가 그런 놈들을 혼내주면 되는 거야."

신입 기사 로바토는 그날 이후 더욱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황제의 뜻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아라드의 구원자인 제국이 더 많은 아라드인을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장

안정적인 생활을 계속하면서 처음 품었던 의문은 마치 반항기의 홍역처럼 잊혀졌다.

그런 '지루한' 의문을 가질 정도로 도덕적 이었지만, 로바토는 결코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호전적이고 겁이 없어, 늘 앞장 서서 싸우곤 했다.그래봐야 여자 힘이라며 비웃던 동료들도 단단하게 단련된 근육이 뿜어내는 괴력 앞에 맥을 못추고 나가떨어졌다.그럼에도 결코 자만하는 일 없이 꾸준히 수련을 계속했다. 그 성실함과 정의로운 성품은 그야말로 기사도의 화신이라고 할 만했다. 경험만 더 갖춘다면 제국 최고의 기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단장이 로바토를 불렀다. 황제가 젊은 기사들을 각지에서 불러, 새로운 기사단을 만들 거라는 이야기였다. 단장은 기쁜 마음으로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말했고, 로바토는 그낭 당장 황금의 도시 비탈론으로 향했다.

수도 비탈론에 도착한 로바토는 새로운 기사단 시험에 무사히 합격하였다. 제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기사단답게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훈련이 매일 계속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국의 주인인 황제가 명예 단장이라 자처하고 있었다. 젊은 기사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로바토는 첫 임무를 앞둔 그날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황제에게 드디어 실력을 보일 기회. 흥분되지 않을 리 없었다. 기사된 자가 주군 앞에서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 아니던가. 어린애처럼 잠을 못 이루던 밤, 창 밖에 총총히 빛나고 있던 별빛은 응원의 메세지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깨달아야 했다. 기사의 가장 큰 영광을 '주군 앞에서의 활약'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약자를 구하기 위해 검을 들겠다던 맹세를 어째서 잊었단 말인가? 그 알량한 명예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공명심에 취해 황제의 인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였단 말인가?

기사단이 받은 임무는 간단했다. '더 나은 제국의 미래를 위해 검을 들자.' 기사단은 강력한 무력집단이다. 그들이 할일은 이름뿐인 부단장에게 물어볼 것도 없었다. 침략해오는 외지인을 처단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는다. 제국인이 살 땅은 언제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로 침략하였는지 여부는 알 바가 아니었다. 황제에게 불만을 가져 봉기한 자들을 베고 그 삼족을 멸한다. 제국의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로 봉기했는지 여부는 알 바가 아니었다. 단지 '그런 자들을 처단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무엇이 진정 잘못되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황제에게 향하는 비난은 곧 기사단원 각자를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들은 개인적인 분노마저 품은 채 검을 휘둘렀다. 먼 타지까지 나온 귀족이 황제를 대표하여 치하하는 말은 언제가 같았다. '진정으로 제국을 위하는 훌륭한 기사로다.' 정말로 강력한 최면제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합리가 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기 위해서라면 방해가 되는 돌을 길에서 치워야했다. 억울함과 슬픔은 돌을 치울 때 생기는 자잘한 생채기 같은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긴 출정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로바토는 외톨이가 되어 있었다.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의문을 고고한 애국심으로 밟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생명은 모두 소중하니 적까지 구하겠다는 그런 허울 좋은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을 납득할 수 없었던 로바토는 기사단을 나오겠다고 말했다. 부단장은 심드렁한 얼굴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갈 곳이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대답하니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했다. 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연구자들을 돕고 호위하는 일이라고 했다. 기사로서 제국을 바꾸어보고 싶었던 로바토는 잠시 망설이다가 추천서를 부탁하였다. 행동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로바토의 인생을 크게 바꾸게 된다.

3장

로바토가 가게 된 곳은 숲에 둘러싸인 넓은 실험장이었다. 평생 검만 휘두르며 살아온 로바토로서는 휘황찬란한 설비에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로바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연구원은 아라드에서 제일 가는 기술이라며, 이 기술이 유출되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험장의 경비 업무를 서고, 연구원들을 호위하는 일은 전투에 비하면 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했다. 휴양을 온 기분까지 느끼며 로바토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골똘히 고민했다.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자기반성과 패기 넘치는 의욕에 빠져 그곳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을 지금도 후회한다. 인적이 드문 숲 속에 숨어있는 이유가 단순히 '기술 보안' 때문이라는 말을 도대체 왜 순진하게 믿었던 것일까.

언제부턴가 실험장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연구원들이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금지되었고, 로바토가 속한 경비대도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대신, 바깥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커다란 나무 상자가 하루에도 몇 차례나 옮겨졌다. 간혹 들려오는 우는 소리는 실험용으로 끌려온 동물의 소리라고 얼버무려졌다.

어느 날 밤, 유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산책 겸 바깥에 나온 로바토는 실험장 안쪽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숨죽여 다가갔다. 통제 구역 안으로 들어갈 권한은 없었지만 사고가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기이한 곳에 도착하였다. 지금껏 멀리서 보아온 실험 장비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거대한 기계가 있었다. 원형의 고리가 얽히어 있는 듯한 그 기계는 바로 부서질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웅웅거렸다. 주변에 서 있는 연구원들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은 무언가 잘못되어서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설렘이었다. 로바토는 자기도 모르게 상자 뒤로 몸을 숨겼다.

한참을 시끄럽게 돌던 기계의 중앙이 빛나는 듯하더니 이내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먼 곳에서 해가 뜬 것이라 착각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뿐만 아니라, 빛 속에서 불어나오는 거센 바람 때문에 상자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영문을 알 수 없어 주변을 둘러보던 로바토는 지금껏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하고 굳어버렸다.

아이들이 있었다. 어른들도 있었다. 재갈까지 물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들의 팔은 붉은색이었다. 로바토의 숨이 턱 막혔다. 설마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은 빛을 내뿜는 기계가 아니라 그 아래에 꿇어앉고 있는 한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귀수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귀수로도 끊을 수 없는 단단한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제압당한 흔적인지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입에 재갈이 물려있어 무어라 말하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분노와 증오로 치뜬 눈을 통해 그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 같았다.

로바토는 벌떡 일어났다. 말릴 생각이었지만 기계에서 뿜어지는 빛이 한층 강해져, 그 일대가 온통 불길한 빛 속에 삼켜졌다. 시간이 조금 흘러 겨우겨우 눈을 뜨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처져 있었다. 기계 곁에 있던 남자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쇠사슬에 감긴 이상한 괴물이 있었다. 차마 생물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그것은 말라버린 생선머리에 나무 뿌리를 붙인 듯한 괴이한 모습이었다. 로바토는 물건 바꿔치기 같은 서커스의 기술을 떠올렸으나 그럴 리는 없었다.하지만 뇌가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크게 뜬 채 괴물을 멍하니 바라보고만있었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그때 누군가 로바토를 잡았다. 기겁하며 돌아보자 웬 여자 연구원이 다급한 표정으로 자기를 따라오라고 입으로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적의는 없어보였고, 너무나 당황했던 로바토는 그 여자가 이끄는 대로 달렸다. 뒤쪽에서 아득히 감탄과 한숨, 억눌린 비명이 섞이어 들려왔지만 욱씬거리는 귀수를 붙잡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로바토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온 연구원은 다시는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로바토는 그저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맥없이 돌아간 로바토는 자신을 잃었다. 제국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풋내기의 허세나 다름없었다. 도덕론은 괴물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거품처럼 사라졌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가? 이날 밤 이후, 주변의 모든 것은 달라져버렸다. 웃으며 지나가는 연구원들의 얼굴과 괴물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믿을 사람도 없는 타향에서 홀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고뇌하고 망설이며 시간만 보내고 있던 중, 기밀 자료를 훔쳐간 도둑을 잡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의욕 없이 수색에 참여했던 로바토는 그들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멈춰 섰다. 행색이 초라하고 비쩍 마른 그들은 모두 귀수를 가지고 있었다. 귀검사들은 악귀에 씐 것처럼 경비대를 향해 달려들었고 로바토는 이 싸움에서 의도치 않게 몇 명을 죽이고 말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자신이 죽을 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자신과 함께 온 수색조는 모두 살해당하고 쓰러진 귀검사들은 악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로바토는 자신이 선택의 기로에 섰음을 깨달았다.

명령은 절대적이다. 이들을 살려보낸다면 자신도 제국에 쫓기게 될 것이다. 귀수를 가졌으니 어쩌면 실험대상으로 끌려가 그 무서운 기계 앞에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로바토가 살아서 이들의 적으로 서 있는 이유는 오직 제국의 기사라는 이름 덕분이었다.

로바토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끔찍한 괴물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은 죽음과는 별개의 공포였다. 결국 로바토는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다. 귀검사들에게 숲에서 빠져나갈 길을 알려고 뒤쫓아온 다른 수색대원들을 베어 쓰러뜨렸다. 죽이지는 않았으나 배신자로 낙인 찍히기에 충분했다.

그날로 로바토는 제국 기사의 자격을 잃었다. 추적자를 피해 도망친 로바토는 검 한 자루를 들고 아라드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늘 긴장하고 살아야 했지만 그때 귀검사들을 도망치게 해준 일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언더풋에 온 것은 수배령이 조용히 없어진 후였다. 빌마르크의 연구원들이 비인도적인 실험을 하던 것이 발각되어 황제의 분노를 사, 모두 엄벌레 처해졌다는 소문이 쉬쉬하면서 퍼졌다. 진실은 시간 속에 묻혔다.

로바토는 상념을 떨쳐내고 이제 상당히 멀어진 반 발슈테트의 뒷모습을 다시 눈에 담았다. 황제의 검이 되어 정의를 구현한것이 웨펀마스터 반이라는 이야는 들어 알고 있었다. 과연 저 남자는 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반 역시 제국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뻔뻔스레 그에게 충고를 해줄 수는 없다. 세상의 영웅이라는 평가대로 그가 제국을 바꾸어주길 바라는 수밖에.

로바토는 몸을 돌려 행렬에서 빠져 나왔다. 자신의 손에 죽은 이와 간접적으로 죽게 한 모든 이들에게 사죄와 명복을 빌 생각이었다. 등에 짊어진 생생한 죄가 오늘따라 유달리 무겁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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